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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각국의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방법전 세계 불교신자들에게는 석가탄신일이 1년 중 가장 신성한 날일 것이다. 석가탄신일은 고타마 싯다르타(Siddhartha, Gautama), 즉 석가모니의 탄생 및 깨달음, 또 입멸(入滅)을 기리는 날이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5월의 첫 보름날 또는 음력 4월 8일을 석가탄신일로 한다.\n\n문화적 차이에 따라 이 날을 기리는 의식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문화권에는 공통적인 관습들이 존재한다.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석가탄신일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탄신행사로서, 2,500년 동안이나 이어질 수 있었다. 기도, 향 피우기, 음식 보시, 기부 등의 전통적인 관습과 더불어 오늘날의 퍼레이드, 장식 가마 행렬과 같은 인기 축제는 이 오래된 탄신행사에 현대적 감성을 더하고 있다.\n\n석가모니 탄생을 기리는 발걸음, 네팔 성지순례\n네팔은 기원전 5~6세기경 고타마 싯다르타(Siddhartha, Gautama)가 탄생한 곳이다. 네팔의 붓다자얀티(Buddha Jayanti)축제는 석가모니의 탄생과 깨달음, 입멸을 기리며 하루 종일 계속된다. 붓다가 탄생한 룸비니의 마야데비사원(마야 데비는 석가모니의 어머니 이름에서 유래)에는 다양한 문화 및 종교의 순례자를 비롯한 국내외 승려들이 찾아와 기도를 올리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 사원의 축제를 즐긴다.\n\n카트만두에서는 수 천명의 신자들이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스와얌부나트(Swayambhunath)사원과 네팔에서 가장 큰 보다나트(Boudhanath)불상을 찾아 형형색색의 연주자 및 댄서 행렬과 함께하는 한편, 티베트 승려들은 이곳이 과거 라싸(Lhasa)와 카트만두 간 교역로였던 것을 떠올리며 기도를 올리고 봉헌물을 바친다. 보름달은 항상 상서로운 기운을 주지만, 버터 램프(투명한 유리 볼 안에 야크 버터를 넣어 불을 밝힌 램프)가 빛나고 마니차(불교 경전이 들어 있는 원통형의 도구)가 도는 보름달 아래에서의 만트라(眞言, 불교의 주문)는 특별한 기운을 내뿜는다.\n\n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얻는 깨달음, 미얀마 케손축제\n석가탄신을 기리기 위한 보름달 케손축제(Kasone Festival)는 4월 중순의 미얀마 신년 띤잔(Thingyan)축제에 비해 조용히 진행된다. 케손축제에서도 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교 신자들은 석가모니가 2,500년 전 인도 보드가야(Bodh Gaya)의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을 기리며 보리수 나무에 물을 뿌린다.\n\n미얀마에서는 특히 보름날에 불상에 물을 뿌리는 것이 관습인데, 이는 정화, 선의, 행운을 상징한다. 케손은 특별한 보름달 축제로 전국의 사원 또는 불탑에서 불경을 외운다. 양곤의 쉐다곤 대탑(Shwedagon)에서는 신자들이 하얀 옷을 입고 불경을 외우며 시계방향으로 탑돌이를 하면서 자신이 태어난 요일에 해당하는 동물상에 물을 뿌린다.\n\n‘물’의 테마에 맞춰 건기에는 호수와 강에 물고기를 방생한다. 양곤의 깐도지(Kandawgyi)호수와 인야(Inya)호수가 방생 장소로서 인기가 많다.\n\n소원을 담은 빛의 기도, 한국 연등회\n한국에서는 석가탄신일을 기리기 위한 축제로 연등회가 가장 유명하다. 연등회는 보통 공휴일인 석가탄신일 전 주의 토요일 밤 도심에서 진행하는데, 축제 동안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등불이 행렬을 이루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n\n연등회는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제122호), 오늘날 한국의 전통 및 현대문화가 절묘하게 뒤섞인 행사로 연중 최고 인기 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n\n한국의 불교신도들은 석가탄신일 며칠 전부터 근처 절을 찾아 소원을 담은 연등을 단다. 연등에 건강, 부, 합격 등 기원을 담은 종이를 붙이는 것이다. 석가탄신일(올해 5월 3일)에는 절을 찾아 꽃, 향, 초 등을 바치며 기도를 한다. 어둠 속 자비를 상징하는 연등은 부처의 현현(顯現)과도 같다.\n\n사진: Buddhist monks march through downtown Seoul during a celebration for Buddha's birthdayYear2017NationSouth Korea,Myanmar ,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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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정부간위원회 특집 자연의 섬 ‘제주’와 ‘제주인’의 지혜제주도를 처음 온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 있다. 바로 검은 돌이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온통 돌투성이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내뿜은 화산탄들이 흩어져 제주의 모든 땅들을 뒤덮고 있다. 지금도 밭에 가면 흔하게 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농사를 짓기가 어렵다. 하지만 13세기부터 제주 사람들은 밭에 흩어진 쓸모없는 돌들을 모아 밭의 경계에 돌담을 두르고 경작지를 확보하였다. 현재 그 길이가 22,100Km에 이른다.\n\n이 돌들은 얼기설기 쌓여 있어 대충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제주인의 지혜가 숨어있다. 그 열쇠는 바로 바람이다. 제주는 여름에 불어오는 태풍은 물론이고 4계절 내내 강한 바람이 분다. 빈틈 없이 촘촘히 돌담을 쌓는다면 제주 사람들은 매일 들에 나가 넘어진 돌을 다시 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구멍이 난 울퉁불퉁한 제주의 돌담은 바람의 힘을 떨어뜨리고 통과시킨다. 삶에서 얻은 지혜이다.\n\n제주의 옛 이름은 ‘탐라’이다. 탐라의 시작과 관련된 이야기로는 땅에서 솟아난 세 신인(神人)이 탐라를 건국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이곳은 성스럽게 여겨져 ‘삼성혈’이라 불린다. 이는 한국 본토의 고대 건국신화가 하늘에서 알로 태어난 것과는 달리 땅에서 솟아난 것으로 문화적 원형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n\n제주도에는 1만8천의 신이 있다. 제주도민들은 세상 모든 것에 신이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제주의 거친 자연환경에서 비롯된다. 쉴 새 없이 불어오는 거친 바람과 물이 고이지 않는 척박한 화산 땅은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환경이었다. 그래도 살아야 했던 제주도민들은 거친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살기 위해 신을 찾았던 것이다.\n\n제주의 마을에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신들의 거처인 ‘본향당’들이 있다. 이곳엔 ‘심방’이라 불리는 무당이 있다. 이들은 제주민들을 신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해녀들과 어부들을 위해 음력 2월 영등굿이 진행된다. 영등신은 바람의 신으로 파도를 일으키기 때문에 해녀들과 어부들에겐 바다의 안전을 위해 중요한 신이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제주도에서는 이 기간 동안 30여 곳에서 바다의 신을 위한 의례를 펼친다.\n\n제주에는 여신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여신과 달리 남신들에게 기대거나 속박되지 않는다. 거대한 거인으로 치마폭에 흙을 날라 제주 섬을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 생명을 잉태시키는 ‘삼승할망’, 농업을 관장하는 ‘자청비’ 등 주체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제주여성들의 모습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유교의 영향으로 동아시아에 나타나는 남자 중심의 사회와는 달리 제주도의 여성들은 자존감이 매우 높다. 경제활동도 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n\n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해녀이다. 작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11차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는 역사적으로 이어져온 여성 중심의 사회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화산섬으로 물이 고이지 않아 벼농사를 짓지 못하는 제주도에서 땅이 아닌 바다에서 먹을거리를 찾아야 했던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해녀가 되었으며 혼자가 아닌 다 같이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n\n제주의 자연은 척박하며 사람이 살아가기엔 모자란 땅이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이를 이용하여 살아왔다. 그 곳엔 1만8천의 신들이 있고 이웃이 있다. 이것이 제주문화를 지금까지 이어온 힘이다.\n\n사진 : Jeju haenyeo (female divers) crossing low stone walls to get to the sea © Jeju Haenyeo MuseumYear2017Nation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