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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ICH Material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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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아기의 성장의례 ‘투사우 케세르’오늘날, 삶의 주기와 관련된 국가적 전통과 관습 및 의례를 보호하고 대중화하는 것은 중요한 이슈다. 카자흐인은 생애주기에 따라 여러 의식을 거행해왔다. 투사우 케세르(Tusau Keser)도 이 같은 중요한 의식 가운데 하나다. \n\n투사우 케세르는 발목에 묶인 끈을 자른다는 의미로, 아이의 삶에서 새로운 단계가 시작됨을 상징한다. 즉, 아기가 걸음을 떼고 세상을 배울 나이가 됐다는 의미다. 카자흐인들은 이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아이가 자주 발을 헛디디고 불안정해진다고 믿는다. 이 의식은 아이가 점차 걷기 시작할 때 연행되는데, 주로 아이가 한 살이 되면 투사우 케세르가 열린다. 조상들은 이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가 어둡다고 믿어왔다. 이 의식을 통해 아이는 행복하고 운이 깃든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의식을 행하기 위해 부모는 잔치를 연다. 하루 전 친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당일이 되면 초대받은 사람들은 선물과 샤수(shashu: 사탕 던짐)를 위한 사탕을 들고 찾아온다. 손님을 위한 축하음식 상차림(dastarkhan)이 차려지고 연회가 시작된다. 연회가 끝나면 투사우 케세르 의식을 시작한다.\n\n의식의 속성 \n의식을 위해 여러 밝은 색의 털실을 꼬아 만든 끈을 준비한다. ‘투사우(tusau)’는 이러한 발목끈을 말한다. 끈은 흰색, 초록색, 빨간색 3가지 색의 털실을 이용해 만들어지며, 각각 순수함, 건강·장수, 부를 상징한다. 또한 알라집(ala jip)이라고 하는 전통 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흰색과 검정색 실을 꼬아 만들어지는 끈으로, 철학과 현실, 선과 악, 빛과 어둠, 따뜻함과 차가움을 나타낸다. \n\n미신과 신앙\n의식에서는 아이가 자라서 흰 것과 검은 것을 구별할 줄 알고, 존경할 만한 시민이 되며 다른 이의 끈을 넘지 말라는 뜻으로 알라집을 아이의 다리에 둘러맨다. 일부 가정에서는 동물의 내장으로 만든 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이가 자라서 부와 권위를 갖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미신은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또한 풀을 엮어 만든 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이의 빠른 성장과 성숙을 기원하고 대가족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돼 있다. 그렇다면 아이의 다리에 묶인 끈은 누가 자를까? 우선, 부모가 선택한 사람이 자를 수 있다. 주로 자녀를 여럿 둔 활기찬 여성이 선택된다. 끈을 자르는 사람은 영리하고 열정적이며 주변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조상들은 이러한 사람이 아이의 발목끈을 자르면, 그의 기운이 아이에게 전달된다고 믿었다. 선택된 사람은 끈과 칼을 준비해서 의식에 참여한다. 연회가 끝나면 모두가 집밖으로 나간다. 길에는 특별한 카페트가 깔려 있고, 아이를 이 위에 올려놓으면 선택된 자가 끈을 자른다. 이후 두 사람이 아이의 손을 잡고 일으키면, 사람들이 경건한 분위기에서 선물과 동전을 던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책, 거울, 채찍과 같은 특별한 물건을 카페트에 올려놓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가 이 물건 중 하나를 고른다. 만일 아이가 책을 선택하면 나중에 커서 과학자나 계몽가가 된다고 믿고 채찍을 고르면 용맹한 사람이 된다고 믿는다. 한편, 이 의식에서 끈을 자를 사람을 어린 소년들 중 빨리 걷기를 가장 잘하는 소년으로 정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 소년의 활기가 아이에게 전달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년에게는 주로 썰매를 끄는 말이나 망아지를 선물로 제공한다.\n\n사진 : 카자흐스탄 아기의 성장의례 ‘투사우 케세르’ ⓒ 나짐 말리바예바Year2019NationKazakhs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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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음력 7월 만월 ‘떠도는 영혼의 날’수천 년간 베트남인들은 음력을 중요하게 여기며 사용해 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활동은 양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전히 음력으로도 날짜를 세고 있다. 전통문화와 관련한 많은 활동이 음력을 기준으로 치러지고 있다. \n\n베트남에서 음력 7월 15일은 ‘떠도는 영혼의 날’(Wandering Soul’s Day) 또는 ‘부란데이’(Vu Lan Day)라고 한다. 베트남에서 설날 다음으로 큰 기념일로, 이날 베트남인들은 다양한 종교적 의식과 인도주의적 활동에 참여한다. \n\n음력 7월은 ‘영혼의 달’로 여겨지며, 사람들의 마음에 두려움을 몰고오는 달이기도 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유령과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이들은 음력 7월을 유령이 출몰하는 불길한 달로 믿기 때문에, 해당 월에는 중요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불교와 밀접하게 연관된 베트남의 민간신앙에는 음력 7월 초부터 보름날까지 저승의 문이 열려 영혼들이 이승을 떠돌고 산자들을 괴롭힌다고 믿음이 있다. 보름달이 뜨면 영혼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저승의 문이 닫힌다고 한다. \n\n베트남인들은 ‘떠도는 영혼의 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영혼의 달’에는 조상들이 친족을 찾아가는데, 친족이 올리는 기도와 제물이 이들을 집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조상은 자손들에게 축복을 빌어준다. 반면, 집도 없고 바쳐지는 기도와 제물도 없는 ‘길 잃은 영혼’들은 쓸쓸히 지상을 헤매고 돌아다닌다고 여겨진다. 친족이 없거나 잊힌 이들, 또는 제대로 묻히지 못한 채 죽은 이들이다. 원한이 쌓인 이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저주를 내린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베트남인들은 화난 영혼을 달래기 위한 의식들을 치른다. \n\n음력 7월 15일, 베트남 가정에서는 두 개의 제사상을 준비한다. 첫번째는 조상을 위한 것으로, 주로 정오쯤 올린다. 해가 지면 길 잃은 영혼들을 위한 상을 올린다. 길 잃은 영혼들에게는 일년 중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영혼들은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고 여겨져, 이들에게 주로 흰죽을 바친다. 또한 많은 이들이 사원을 방문해 기도를 올린다. 길 잃은 영혼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사원에 제물을 바치거나 기부를 하는 이들도 있다.\n\n기묘하게도 ‘떠도는 영혼의 날’은 ‘부란데이’(어버이날)이기도 하다. 이날은 마우드갈리아야나(목건련: 부처의 제자 중 한 명)의 전설로부터 시작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마우드갈리아야나는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해 어머니가 지옥에서 배고픈 영혼이 돼 고통받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전생에 어머니가 나쁜 일을 저지른 결과였다. 그는 부처에게 어머니를 구해 달라고 간청했다. 부처는 모든 승려들이 힘을 보태야만 그녀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승려들을 모아서 어머니를 위한 제물을 바치도록 했다. 승려들의 기도가 영적인 힘을 발휘해, 결국 어머니는 깨어나서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다. 따라서 음력 7월 15일은 부모의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기도를 올리는 날이 됐다.\n\n이날 사람들은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은 물론, 옆에 있는 부모와 조상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이는 어머니의 넓은 마음을 깨닫고 감사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관습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들은 상의에 하얀 장미를, 그렇지 않은 이들은 붉은 장미를 꽂는다. 또한 동물 살생을 금하고 채식만 하려고 노력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음식과 물품을 기부하기도 한다. 이 같은 관습은 베트남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으며, 매우 신성하고 고유한 베트남 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n\n사진 1 : 영혼들을 위한 음식 © Hoang The Phuc\n사진 2 : 부란데이를 맞아 옷에 장미를 꽂고 있는 사람들 © Hoang The PhucYear2019NationViet 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