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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왓: 코로나-19 속에서 히말라야로 향하는 신들의 험난한 여정
  • Manage No DI00000518
    Country Nepal
    Author 마야 라이
    Published Year 2020
    Language Korean
    Copyright Copyright
Description 네팔 동부 구릉지대의 라이 공동체는 네팔력으로 첫 보름달이 뜨는 4-5월에 시루왓(Siruwat) 축제를 기념한다. 시루왓은 경작기를 맞이하는 행사로, 대지나 토양에 대한 숭배를 뜻하는 둘레 푸자(dhule puja)라고도 부른다. 주민들은 신들에 대한 경배가 끝나면 신들이 여름을 피해 히말라야로 향한다고 믿는다. 이 축제는 우바울리(Ubhauli)라고도 하는데, 신들이 히말라야 고릉지로 향한다는 의미다. 라이족은 집집마다 기념 의식을 행하며 신들에게 달걀과 술, 닭, 물, 갓 수확한 쌀을 바친다. 이러한 의식을 치르지 않는 자는 병들고 미치광이가 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먼 곳에 살거나 여행 중인 이들도 마을로 돌아와 의식을 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가족은 약 20년 전에 카트만두로 이사했다. 이곳과 라이 지역은 500km나 떨어져 있지만, 매년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마을을 방문해 의식을 치러왔다. 올해 우리 마을은 5월 9일에 시루왓 축제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물론 많은 가정이 현재 팬데믹으로 인한 전국적 이동제한으로 의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초자연적 믿음에 도전해왔다. 의식을 행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병폐들을 온전히 믿고 있는 우리로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경배 의식 후 히말라야로 떠나야하는 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신들이 이동제한이 끝나고 우리가 의식을 행할 때까지 기다려줄지 걱정이 된다. 다행히 올해는 아직 무더위가 찾아오지 않았다. 신들이 자연을 통제하여 우리가 경배를 올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기후변화와 같은 과학적 이유가 아닌, 우리 신들의 초자역적 힘(자연에 대한 지배)과 관련 있는 게 아닐까. 이런 기묘한 느낌이 든다. 시루왓에서는 자매 신을 경배한다. 신부가 지참금으로 신상을 가져오고 딸이 결혼하면 딸에게 물려준다. 가문의 신은 주여신을 뜻하는 푸르카 항마(Purkha Hangma)라고 부른다. 주여신은 집안에서 숭배하고, 다른 신들은 지참금을 뜻하는 다이제(Daije)라고 부르며 집밖에서 숭배한다. 올해는 제때 의식을 치르지 못했기에, 우리는 조만간 의식을 행하고 신들의 축복을 받기 위해 전통 공물을 바치기로 다짐했다. 이동제한이 풀리면 우리 집의 가장인 아버지는 마을을 찾아 의식을 행할 예정이다. 이번 의식은 예년과는 다를 것이다. 공동체의 연장자를 의미하는 와통(wattongs)들이 모여 논의를 하고 신들에 대한 정화 의식을 치르며 용서를 빌 것이다. 이후 의식을 마무리할 날짜와 시간을 정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의식을 거행하는 게 힘들어졌다. 이는 히말라야로 향하는 신들의 여정을 기리는 전통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도전이자, 바이러스 확산 위험으로 인해 여타 축제를 여는 것에 대한 경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점차 온라인으로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금, 공동체로 하여금 의식을 치를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모색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시급하다. 실제 현장에서 참여하는 대신 원격으로 이행하는 방법들을 고려해야 한다. 공동체의 문화를 대표하는 다른 여러 지역·국가적 축제와 마찬가지로 시루왓 축제는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축제들을 재개하거나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축제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 1 : 시루왓 축제를 위해 쌀을 바치는 의식 준비 © 마야 라이 사진 2 : Preparing mangkok (rice from freshly harvested rice) and alcohol in gourd © Mohan 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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